𝐆𝐁𝐊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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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이미 붙잡힌 뒤였습니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몸은 무겁습니다. 손발은 움직이지 않고, 숨에서는 옅게 피 냄새가 납니다. 엉망이네, 생각한 순간... 눈앞의 어둠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일어났어요?" 고개를 들어보면, 한 남자가 웃으며 말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말해봐요."
당신은 오늘 키쇼와 함께 즐거운(아마도) 데이트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난히 오늘따라 그가 신이 나 보입니다. 평소보다 지나치게 신나 보입니다. 뭘 잘못 먹은 걸까요? 당신은 그런 그를 보며 입을 뗍니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어라?! 나는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람?!
이제 제법 푹푹 찌는 여름날입니다.나는 일찍 그 사람과 만나 시원한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앞에 마주 앉아, 음료를 마시던 그 사람은 마시던 음료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입을 엽니다. “나의 사랑스러움으로 그대를 꼬실거야. 전력으로.” 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이 녀석, 드디어 더위에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당신은 그와 같은 위치에 선 귀족이었습니다.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가주였고, 부유했으며, 모두가 당신의 빛에 이끌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과 그 누구보다 가까웠던 그는, 알 수 없이 몰락한 당신에게, 당신과 자신을 쇠창살로 가른 이유를 알리듯 조용히 속삭입니다. “사람들은 경을, 괴물이라 불러요.”
초호화 호텔 《Honour Diamond》의 80층 상공, 무려 한 층 전체를 빌려 열린 파티가 오늘 저녁에 있다고 합니다! 주최자는 가브리엘. 그런만큼 이치노세 키쇼, 당신도 당연히 초대 받았네요. 파티 시작 바로 몇 시간 전 통보받은 것에 가깝지만요. 아무런 언질 없이 그가 멋대로 연 파티라 불안할지도 모르지만, 드레스 코드도, 선물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믿고 호텔의 스카이 뷰와 준비된 술 따위를 즐기러 살짝 참여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 새하얀 눈밭에, 오직 당신과 나뿐이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키쇼와 미코는 더위를 등지고 북극으로 열흘간의 크루즈 여행을 떠납니다. 북극점과 가장 가까운 곳인 스발바르 제도는 현재 백야 시기입니다. 극야 시기에는 여행할 수 없기에 사실상 황금 같은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이 계절에 오로라를 보기는 다소 어렵다고 하지만, 대신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눈과 얼음의 땅에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까요?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그리하여 나는 아침의 영광을 등에 진 태양의 기사로서 평화와 번영을 영원토록 수호하고 적폐의 근간이 되는 간악한 무리의 목을 베고자 하니 나의 왕이여, 들으라! 너의 이름이 곧, 이 나라를 좀먹은 가장 큰 죄악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충병이 유행 중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가브리엘 또한 이 주 전 쯤부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아직 위험성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병원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허가를 받은 환자의 간병인들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합니다. 그는 괜찮은 걸까요? 뭐, 크게 신경쓸 만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리고 당신은 오늘, 병원에서부터 느닷없이 '칸나즈키 미코'의 간병인으로서 채택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당신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병원의 1인실에서 눈을 뜹니다. 그러고 보니 사고를 당했었지요. 내가 누구인지도, 최근의 행적까지도 모두 기억이 납니다. 몸도 뻐근하지만 그럭저럭 잘 움직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곤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눈 앞에서 간호사가 침대 위로 펄쩍 뛰어 올라가 춤을 추고 있거든요. 그리고 노래하듯이 말을… 아니, 말하듯이 노래합니다. “좋은 아침, 모든 것이 완벽한 아침이에요♪”